모노레일의난장판 :: '영상에 관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2007. 12. 15. 00:06

August Rush (2007) / Kirsten Sheri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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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판타지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마법을 쓰고 용이 하늘을 나는데 의문을 가지지 않듯이 이 영화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나면 한층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프레디하이모어를 비롯한 각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은 좋았다. (마지막의 랩소디는 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천재 꼬마아이를 능숙히 표현한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

이것저것 깐깐하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면 씹을 거리가 좀 많은 것이고, 올 겨울 가슴찡한 멜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2007. 12. 9. 23:37

무비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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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 of Comedy (1983) /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 주연

쇼비니지스를 풍자한 꽤나 시니컬한 블랙 코메디.
기분이 우울해서 즐거운 영화를 보려고 선택했지만 보고나서 별로 기분이 유쾌해지지 않았다-_-;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비평으로는 성공했지만 관객으로부터는 계속 외면받아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이 작품 역시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_-;;
(당연하지! 이렇게나 시니컬한 작품이-_-;;)

형사 (2005) / 이명세 감독, 강동원 하지원 주연

현란한 영상미. 하지원은 별로 좋아하는 배우가 아닌데도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대개 서사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흥행에서는 참패한 듯 보이지만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감독의 역량이 백분 발휘된 것 같아 보는 내내 즐거웠다.
(극장에서 못 본 것이 안타까울 뿐...) 이번 M은 혹평이 더 많다는데 기대(?)가 된다 ㅎ

Fight Club (1999) / 데이빗 핀쳐 감독, 브레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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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반전을 쉽게 눈치채는 바람에 조금 김이 새버리긴 했지만

신선하고 기발한 주제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감독과 두 배우에게 박수를.


 "이것을 당신이 읽고 있다면, 이 경고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읽고 있는 모든 말들은 쓸모 없는 것이고 당신의 시간을 날리는 것이다.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인가?
솔직히 이 순간들을 쓸만한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의 인생은 무의미 한가?
...<중략>...
아파트를 나가라. 이성을 만나라. 과도한 쇼핑과 자위 행위를 그만 두어라.
당신의 일을 그만 두어라. 싸움을 시작하라.

살아 있음을 증명하라.

당신의 인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하나의 수치에 불과하게 된다.
당신은 경고 받았다. 타일러" _파이트클럽 DVD 中

2007. 11. 27. 02:17

말할 수 없는 비밀 | 不能說的秘密, Secre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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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나거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토리이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끝내주게 좋거나 하지 않더라도 보고나면 가슴 한 켠이 짠 해지는 영화가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장보러가면 꼭 집게 되는 어떤 과자처럼(?) 정말정말 좋아하지 않는데도 왠지 모르게 맘에 걸리는 어느 여자아이처럼(?) (오늘따라 비유가 잘 안되는군-_-;)

주걸륜은 이번 영화에서 감독 / 각본 / 주연 까지 해내면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음악 전공에 피아노까지 직접 치고 있다 -_-;)

파릇파릇(?)한 배우들의 모습도 맘에 들고 식상한 로맨스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내는 스토리도 맘에 들고 영화 내내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도 맘에 들고 //

올 겨울 날도 유난히 추운데 좋은 사람과 손 꼭 잡고 보세요^^

덧. 네이버 평점이 9.3 으로 전체 영화중 2위에 랭크되어 있다. (1위는 세븐데이즈, 3위는 레옹) 조금 과평가 된 게 있다 하더라도 그만큼 한국인의 정서에 많이 소구하는 뭔가가 있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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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17. 02:36

경성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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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하늘 밝은 달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 잡기에 침몰하야
세상 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가 이렇게 깊은 울림을 가져 오는 건
누군갈 좋아하는 두근거림마저도 죄책감으로 다가왔었던
소위 말하는 '시대의 아픔' 뿐만이 아니라
아마 그들의 예민한 감수성과 순결한 양심 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시대의 아픔이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세도가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봉건시대이든
일제의 폭압이 극에 달하던 일제강점기이든
말 한마디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던 군사독재시절이든
사람보다 돈을 더 중히 여기는 지금이든
하루를 살아가기만도 힘든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살았고
시대의 흐름에 빠른 사람들은 힘있는 자를 좇았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민중들이 신음하던 때에도
누군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시를 읊었고
독재 정권에 옆의 친구들이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죽어갈때에도
누군가는 도서관에 틀혀박혀 학문에만 정진했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 운동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대체 이딴 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보다 잘난 척 냉소하는 걸 즐기던 날
거리로 내몰아 '그딴 것'들을 하게 만든 건
그저 바라만 볼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바보스러움이었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언젠가의 나처럼 입이 비죽히 튀어나와 볼멘 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후배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건
이 구시대적 바보스러움이
이런 시대착오적 진지함과 구차한 인간애가
당장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적어도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많아지는 세상이
바로 살아갈만한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는 한 걸음씩 전진해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완 : 민족주의니 사회주의니 그딴 거 몰라도 그것 때문에 친구랑 멀어지는 거 싫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거 싫어.

수현 : 그게 민족주의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 거.
그게 사회주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 거.
그게 민족주의고 사회주의야.

_ 경성스캔들 2회 中





2007. 7. 7. 02:54

허니와 클로버(ハチミツとクローバ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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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애니메이션의 호평에 힘입어 보게 됐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밋밋하다. CF 감독 출신답게 몇 몇 에피소드들을 상당히 인상적으로 그려내지만 영화 전체를 끌고가는 힘은 부족하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톡톡 튀는 에피소드들과 영화 내내 번지는 아름다운 빛과 영상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 아쉬운 작품.

  그래도 아오이 유우의 그 웃음과 철 없는 청춘남녀들의 앞 뒤 잴 줄 모르는 사랑은 좋았다. 그래 그게 청춘이지. 언제 나는 오롯이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봤다. 그리고 갑자기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2007. 6. 11. 01:15

최근 본 영화 두 편.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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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포스터는 마음에 든다. 극장에 걸려있는 포스터는 전형적 멜로인 것처럼 보여 마음에 안든다.



얼마 전 들은 FTA 강연에서 정태인 교수님이 대중적 인기를 끌려고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하셨는데.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전도연의 연기도 보고 싶었고,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도 너무 보고 싶어서 무리해서 심야영화로 봤다. 보는 내내 기독교 영화인가 아니면 반기독교 영화인가 하는 고민이 들어 마음이 심란했다. 영화 내의 기독교 정서는 의도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설픈 감이 있고 비판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노골적이었다. 극을 향해 치닫는 전도연의 연기는 정말 빠질 데가 없었고, 그녀의 옆을 묵묵히 바쳐주는 송강호의 연기도 반가웠다. 하지만 영화는 나에겐 어려웠고, 사랑과 전쟁의 재연배우 같은 느낌의 조연들의 연기와 대사는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듯 불편했다.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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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산만함을 잘 보여주는 마음에 안드는 포스터


홍길동 + 스캔들 + 음란서생 의 느낌. 원작을 읽지 못해 말하긴 어렵지만 스토리를 좀 더 깔끔하게 다듬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이것저것 군더더기가 많고 좀 더 황진이를 황진이 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되어 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직접 북에서 찍은 배경, 황진이 역의 송혜교는 볼만해서 꽤 긴 플레이타임에도 그리 지루하진 않았지만 관객들이 황진이에게서 기대하는 건 진부한 일편단심 로맨스나 의적 홍길동은 아니였을 것이다.

2007. 5. 25. 04:03

거북이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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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식 영화에만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조금은 지루하고 어려웠던 영화. 반전(反戰)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직접적 선악구도나 감독의 주장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이 미칠 것 같은 전쟁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건 이 영화의 미덕이지만 빠르고 직접적인 것을 좋아하는 '요즘'의 관객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벽이기도 하다.

극 중 두 팔이 없는 헹고, 다리 하나가 없는 파쇼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실제 지뢰의 피해자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편히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고 있는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이 지구의 어떤 곳에서는 어느 귀여운 꼬마아이가 지뢰로 인해 한 쪽 다리 혹은 두 팔을 잃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