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경성스캔들

2007. 8. 17. 02:36

경성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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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하늘 밝은 달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 잡기에 침몰하야
세상 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가 이렇게 깊은 울림을 가져 오는 건
누군갈 좋아하는 두근거림마저도 죄책감으로 다가왔었던
소위 말하는 '시대의 아픔' 뿐만이 아니라
아마 그들의 예민한 감수성과 순결한 양심 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시대의 아픔이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세도가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봉건시대이든
일제의 폭압이 극에 달하던 일제강점기이든
말 한마디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던 군사독재시절이든
사람보다 돈을 더 중히 여기는 지금이든
하루를 살아가기만도 힘든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살았고
시대의 흐름에 빠른 사람들은 힘있는 자를 좇았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민중들이 신음하던 때에도
누군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시를 읊었고
독재 정권에 옆의 친구들이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죽어갈때에도
누군가는 도서관에 틀혀박혀 학문에만 정진했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 운동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대체 이딴 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보다 잘난 척 냉소하는 걸 즐기던 날
거리로 내몰아 '그딴 것'들을 하게 만든 건
그저 바라만 볼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바보스러움이었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언젠가의 나처럼 입이 비죽히 튀어나와 볼멘 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후배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건
이 구시대적 바보스러움이
이런 시대착오적 진지함과 구차한 인간애가
당장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적어도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많아지는 세상이
바로 살아갈만한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는 한 걸음씩 전진해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완 : 민족주의니 사회주의니 그딴 거 몰라도 그것 때문에 친구랑 멀어지는 거 싫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거 싫어.

수현 : 그게 민족주의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 거.
그게 사회주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 거.
그게 민족주의고 사회주의야.

_ 경성스캔들 2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