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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6. 13:11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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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 송경동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한 잔의 진한 커피
  한 잔의 맑은 녹차와 어우러지는
  양장본 속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늘 거리에 서야만 한다
  너희가 쓰다버린 850만 비정규직 쓰레기인간들에 대해
  노래해야 하고, 일손을 빼앗긴 350만 농민의 시퍼런 절망에 대해
  노래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밀려 다시 세 번째 생의 이주를 앞두고 있는
  팽성 대추리 노인들의 얼굴 위에
  너희들이 늘씬 퍼부어주던 포탄 선물을 받으며
  피투성이로 울부짖던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겹치며
  다시 나는 거리에 서서 분노와 증오로
  피 어린 시를 써야만 한다
 
  그렇게 너희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간다
  아름다운 시를 빼앗아 가고
  내가 좋아하는 내 영화를 빼앗아가고
  내 친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이젠 그도 모라자
  내가 쓰는 전기를, 통신을, 언론을, 가스를, 물을, 약품을
  송두리째 모두 너희의 것으로 내어놓으라 한다
  100원에 쓰던 것을 1000원에 사라하고
  1000원으로 살 수 있던 생태적 삶을
  10000원짜리 경제적 삶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라 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이젠 모두
  너희의 허락을 맡고 써라 한다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세계화라 한다
 
  빌어먹을 이런 개똥같은 게 세계화라면
  나는 내 온몸에 불을 싸질르고라도
  전세계의 반민중적 세계화를 반대한다
  이것이 21세기 선진 세계시민사회라면
  난 정중히 그 세계시민사회에
  아니오 라고 말할 것이다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않으리
  한낮의 꿈만은 아니리
  아, 변혁을 노래하고 싶은 밤
  아, 해방을 사랑하고 싶은 한 밤
 
 
 
실천적 시를 쓰는 송경동 시인의 새로운 시이다.
아, 나도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출처 : "한미 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프레시안)

2007. 10. 26. 10:54

No hit no run - Bump of Chic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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ノーヒットノーラン
노힛노런 (No hit no run)

                                                                            詞 藤原基央
                                                                            曲 藤原基央
                                                                            歌 Bump of chicken


0.

이야기의 시작은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이 주역
하얀 라이트 쬐면서 기대를 짊어지고
「부탁해. 우리의 슬러거(강타자)」
근데 오늘은 어째 아직까지 No hit no run

1.

제일 앞에서 보고 있는 사람의 눈
그 생각은 나를 초조하게 해
고동치는 가슴 뒤가 메인다
한숨 때문에 용기가 싹 없어져도
「맡겨둬」따위 말하지만

라이트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어
칠 수 있을까? 치지 못하면 어째
No hit no run
슬러거라도 겁난다구

2.

좋아하는 때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때때로 쉬기도 하고
다시 적당히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사이엔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요구받게 되고
누구에게도 응석 부릴 수 없어

라이트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난 슬러거-

노힛노런인 채로는 인정 받을 수 없어
그런 난 존재해서는 안돼
원컨대 겁내는 나에게 도망칠 곳을 주고 싶어
원컨대 자랑할 수 있는 나와 명예와 라이트가 갖고 싶다구

이런 나에게 뭐가 남았을까?
겁 많은 나로써 뭘 할 수 있을까?

3.

라이트가 아직 부족해
「난 슬러거-」
더욱 깊게 결심해!

이야기의 시작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주역
하얀 라이트 쬐면서 기대를 짊어지고
「부탁해, 우리의 슬러거-」
「맡겨둬!!」라고 난 가슴을 친다

손아 지금은 흔들리지 말아줘
발은 나를 꼭 지탱해줘

하얀 라이트를 쬐면서 겁내지 않도록
모자를 다시 깊게 고쳐 쓰고 대담하게 웃는 슬러거-

평범하게 살고 있는 누구라도 라이트를 쬐는 날은 찾아오는거야
그런 때는 누구라도 겁내니까 모두 겁쟁이 슬러거-

No hit no run
누군가 그걸 알아주었음 하니까
「맡겨둬!」라고 나는 가슴을 친다


아직까지 팀의 누구도 안타 한 번 치지 못한 노히트 노런의 게임.
나에게 하얀 라이트가 비춰지고 긴장한 듯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안타까워하는 한숨소리.
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다시 모자를 고쳐 쓰고 '맡겨둬'라며 가슴을 친다.

그게 강타자니까.


2007. 10. 21. 13:47

이외수가 화난 이유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무슨 망언인가
이 분이 과연
대한민국의 언어와 역사를
얼마나 알고 계시기에
저런 망언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모든 문인들이
영어로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그러실 바에는 차라리
미국으로 이민이나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명박씨가 서명한 날자는 6월 6일
현충일이다
그리고 이명박씨가 지칭한 당신들은
순국선열들이다

그 분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신 문화유산을
소멸 또는 약화시키겠다는 발언에
어떤 타당성이 있는가

나는 정치와 무관한 견지에서
이 글을 올리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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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외수님의 홈페이지
관련자료: "이명박 영어로 국어수업 주장, 국어 말살정책"

2007. 10. 17. 01:06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 송경동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노점상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으로 고양시는 수백 명의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대대적인 노점상 집중단속을 벌였다. 지난 11일 이를 막는 노점상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싸움에서 8명의 상인이 다쳤다. 다음날 새벽 고양시 한 공원에서 한 노점상이 목을 매달았다. 부인과 함께 지난 10여년 간 떡볶이와 붕어빵 등 먹거리 장사를 해오던 48세의 이근재씨였다.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 송경동
 
  - 불량식품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내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붕어빵을 13년동안이나 구워 오종오종 어린이들에게는 발길 멈추는 꿈을 주시고, 배고픈 이들의 배를 값싸게 채워주시며, 가난한 모임방에 훈훈한 인정이 배달되게 하시고, 그 한 푼 거짓 없는 노동으로 자식들 공부도 시켜주셨다는, 붕어빵 아저씨 故 이근재 선생님 영전에 드림.
 
  어떤 그럴듯한 표현으로 당신을 그려줄까
  13년 동안 밀가루값 가스값 빼면
  이제 100원 벌었고 200원 벌었고 300원 벌었고를 헤아리며
  변함없이 붕어빵만 구웠을 당신의 무미건조한 삶을
  당신의 옆에서 또 그렇게 순대를 썰고 떡뽁이를 팔던
  당신의 아내를
 
  어떤 그럴듯한 은유로 그날을 보여줄까
  2007년 10월 11일 오후 2시 고양시 주엽역 태영프라자 앞
  트럭을 타고 갑자기 들이닥친 300여명의 용역깡패들과 구청직원들에게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조각난 리어카라도 지키려다
  부부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던 날을
 
  어떤 아름다운 수사로 그 밤을 형상화해 줄까
  잘난 것 없는 죄, 못 배운 죄 억울해
  붕어빵 순대 떡뽁이 팔아 대학공부시키는
  자식들 마음 아플까봐 몰래 숨죽여 울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사죄하며
  부르튼 아내 손 꼭 잡은 채 잠들지 못했다는 그 밤을
 
  어떤 이미지로 그 아침을 새겨줄까
  뜬눈으로 샜을 새벽 4시 30분
  일용일이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나간 아침
  어디론가 떠돌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설움 참지 못하고
  길거리 나무에 목을 매단 당신
 
  당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시로 이 세상을 노래해 줄까
  어떤 그럴듯한 비유와 분석으로
  이 세상의 구체적인 불의를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줄까
 
  500여 가구의 노점상 양민들을 거리에서조차 몰아내기 위해
  3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고양시청
  30명도 채 안 되는 노점상 양민들의 생존권을 빼앗기 위해
  150명의 폭력배를 고용한 구청
  그 공무수행을 돕기 위해 나와 있었다는 경찰
  쓰레기처럼 짓밟히되
  저항하면 공무수행위반으로 구속하겠다는 경찰
  그렇게 폭력배를 고용한 관공서를 경찰이 보호하며
  양민을 향한 폭력이 공무로 수행되는 나라
 
  이런 민주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어떻게 그럴 듯하게 문학적으로 미학적으로 그려줄까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읊어줄까
  국화꽃 같은 누이로 그려줄까
  어떤 존엄한 시어를 찾아줄까
  그러면 나의 시도 어느 연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러면 나의 시도 어느 평론가들로부터 상찬받을 수 있을까
  그 애매함으로, 그 모호함으로, 그 규정되지 않음으로
  그 깊은 서정성으로, 그 새로운 해석과 역사성으로
  어떤 문학사의 말미에나마 기록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이 엿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저들이 당신들의 생존권과 터전을 가진자들을 위한 법으로 들어엎듯
  당신들이 또한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없는자들의 새 법을 만들어 들어엎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무슨 시를 쓸까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붕어빵틀을 잃어버려 미안해
  당신의 순대를
  당신의 떡뽁이를
  당신의 도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 게로니카의 학살도 이보다 잔인하진 않았으리*
  이렇게 일상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평범하지는 않았으리
 
  * 김남주 선생의 시구절을 빌어 옴.

출처 : [기고]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한 붕어빵 아저씨의 죽음 앞에서…"

 

2007. 10. 16. 10:08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과일가게에서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 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고
붉으락푸르락
한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2007. 10. 15. 23:24

책 읽는 아오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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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예뻐라

2007. 10. 14. 14:57

한국의 기자는 모두 난독증인가?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대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남북통일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19주년 기념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20개 대학의 학생 총 2천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북통일에 대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10.8%, `절대 통일되면 안된다'는 응답이 1.3%인 것으로 조사됐다.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가 52.8%로 가장 많았고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26.0%,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9.1%에 불과했다.

대학생들은 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구조는 `부유층-빈민층'(45.2%)이라고 답했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빈부격차 해소'(30.7%)가 가장 많이 꼽혔다.

(후략)

출처 :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연합뉴스)


통계조사의 자의적 해석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명백히' 보여주는 기사이다.
이런 기사가 네이버 탑에 오르면 대다수의사람들은 기사를 읽기 전까지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라는 제목만 보고 '아,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군' 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기사를 조금만 뜯어보면 정말 얼척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대학신문이 남북통일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9.1%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 52.8%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26.0%
'통일할 필요가 없다' 10.8%
'절대 통일되면 안된다' 1.3%

로 통일에 대한 찬성입장은 89.7% / 반대입장은 12.1% 이다.

문항도 피대상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경우 (심지어 통일에 대해 평소 절박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대학생이라 가정했을 때) 통일에 대한 찬성 입장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보다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 가 더 합리적 판단인 것 처럼 느껴져 선택하기 쉽게 되어 있다. 사실 모든 일이 그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되는거 아닌가?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라는 문항 역시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 입장임이 명확하다. 그리고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문항은 마치 통일을 늦춰야한다는 것처럼 악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모호하게 서술하였다. 대체 '서두른다'는 게 뭔가? 어디까지가 서두른다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서두르지 않는 일인가?

반통일적 입장을 가진 12.1%의 수치는 상식적으로 별로 큰 수치가 아니다. 오히려 90%가 통일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보았을 때 대다수의 대학생이 통일지향적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맞다. 우리나라에 변태성욕자가 12.1%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 통계가 과연 '대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남북통일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고 분석해야 하는 기사인가?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기자는 정말 열렬한 통일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10명 중의 10명이 모두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 개탄스러워 이 기사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