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한국의 기자는 모두 난독증인가?

2007. 10. 14. 14:57

한국의 기자는 모두 난독증인가?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대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남북통일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19주년 기념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20개 대학의 학생 총 2천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북통일에 대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10.8%, `절대 통일되면 안된다'는 응답이 1.3%인 것으로 조사됐다.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가 52.8%로 가장 많았고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26.0%,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9.1%에 불과했다.

대학생들은 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구조는 `부유층-빈민층'(45.2%)이라고 답했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빈부격차 해소'(30.7%)가 가장 많이 꼽혔다.

(후략)

출처 :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연합뉴스)


통계조사의 자의적 해석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명백히' 보여주는 기사이다.
이런 기사가 네이버 탑에 오르면 대다수의사람들은 기사를 읽기 전까지 [대학생 12% "남북통일 필요없다"] 라는 제목만 보고 '아,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군' 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기사를 조금만 뜯어보면 정말 얼척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대학신문이 남북통일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9.1%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 52.8%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26.0%
'통일할 필요가 없다' 10.8%
'절대 통일되면 안된다' 1.3%

로 통일에 대한 찬성입장은 89.7% / 반대입장은 12.1% 이다.

문항도 피대상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경우 (심지어 통일에 대해 평소 절박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대학생이라 가정했을 때) 통일에 대한 찬성 입장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보다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한다' 가 더 합리적 판단인 것 처럼 느껴져 선택하기 쉽게 되어 있다. 사실 모든 일이 그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 추진해야 되는거 아닌가?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라는 문항 역시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 입장임이 명확하다. 그리고 통일을 하더라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문항은 마치 통일을 늦춰야한다는 것처럼 악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모호하게 서술하였다. 대체 '서두른다'는 게 뭔가? 어디까지가 서두른다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서두르지 않는 일인가?

반통일적 입장을 가진 12.1%의 수치는 상식적으로 별로 큰 수치가 아니다. 오히려 90%가 통일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보았을 때 대다수의 대학생이 통일지향적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맞다. 우리나라에 변태성욕자가 12.1%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 통계가 과연 '대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남북통일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고 분석해야 하는 기사인가?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기자는 정말 열렬한 통일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10명 중의 10명이 모두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 개탄스러워 이 기사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