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모노레일의난장판

2004. 4. 17. 01:44

정치에 있어서의 차선지지에 대하여.

이건 뭔가 불합리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한 명만이 당선된다는 거다. 누구는 45%의 지지를 받고 누구는 44%의 지지를 받아 그 둘 사이의 득표차가 3표차라 하더라도 두번째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만 한다. 아무리 많은 다수의 표라하더라도 그것이 당선자의 표가 아니라면 결국 사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차선지지를

그래서 유시민의원의 말은 그 도덕적 정당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당위성을 가진다. 그 후는 어찌되었든 우선은 이 앞의 적부터 처리하고 생각하자. 물론 이 말은 그 적이 처리된 다음에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사다. 하긴, 정치는 1:1 기브 앤 테이크의 상거래는 아니다. 하지만, 착실히 쌓아온 신뢰가 아닌 위기상황으로 인한 표의 순간적 유용으로 이루어질 것도 역시 아닌 것 같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놓여진 큰 강

보다 더 큰 문제는 두 당 사이에 놓인 큰 강이다. 그것은 민노당만이 깨끗해서 열린당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근거없는 자만이 아니라 (유시민의원 스스로도 밝히고 있는) 보수와 진보간의 큰 강이다. 좀 더 세세한 문제로 보자면, 파병문제, FTA개방등 여러 문제에 대하여 두 당은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유시민의원의 발언은 민노당 지지자로써는 되려 황당할 수 밖에. 게다가 정당이 바른 정책과 공약이 아닌 위험의 부각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방법은 지금 그들이 타파하려는 부패정당의 단골메뉴가 아니던가? 그러니 되려 너희나 잘하라는 비웃음을 받을 수 밖에.


그렇지만 민노당 지지자들이 잘한 것은 아니다

진중권씨로 대표할 수 있는 민노당 지지논객들의 어법에는 논란의 요지가 많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 상대를 아연실색케하는 신랄함. 그것이 그들의 매력일지도 모르나. 그것이 가지는 배타성은 되려 일반인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진중권이 입을 열때마다 민노당의 표가 떨어져 나간다는 말은 그저 독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이제 제 3당의 입지를 굳힌 민노당의 위치에서도 이런 문제는 더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