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재미있지 않은가 / 김규항

2007. 11. 2. 23:56

재미있지 않은가 / 김규항

박정희가 독재를 한 건 인민을 괴롭히기 위해서였을까? 천만에, 가난한 인민이 잘살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가 노래와 영화와 문학을 검열하고 금지했던 건 인민의 문화적 권리를 빼앗기 위해서였을까? 천만에, 순진한 인민을 해로운 문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부모들, 특히 오늘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은 영락없이 박정희와 닮았다. 그들은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를 감옥의 수인처럼 키우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순수하고 밝은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금지한다. 재미있는 건 그들이 박정희를 매우 싫어할 뿐 아니라 박정희와 그 후계자들과 싸운 제 청년 시절에 굉장한 자부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제 아이에게 그저 박정희인 사람들이.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지난 주 한겨레21의 이 주의 한 문장이 기억난다. "큰일 안해도 되니, 큰일 치지나 마세요."
가지려고 발버둥 치면 칠 수록 가질 수 없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그저 놔누는 수밖에는 없다.
Let i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