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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1. 00:20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그러니까 말이지, 타이밍이야 ..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때가 있는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건 지금 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2007 어워드 소설부분 베스트 입성.

책관련 사이트에서 온다 리쿠 온다 리쿠 법썩을 떨길래
한 권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섣불리 다시 무라카미 류의 책을 읽었다가
- 그것도 겨우겨우 끝까지 다 읽었는데
크게 상처받은 후라 (싫다. 변태아저씨-_-;)
왠지 일본소설로 다시 치유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판타지일거라 생각하고 집어들었는데
그냥 평범한 고교생들이 학교 연례 행사로
꼬박 하루를 걷는 이야기라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서는
올해 (내가 읽은) 베스트 소설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유유자적 어른스러운척 하면서
겪어아 할 당연한 잡음들을 많이 놓쳐온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실히 놓쳐왔다. 그래서 실은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피해가면서 그저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려고 했었다.
그래서 막상 어른이 되어버려서는 무언가가 부족하게 되어 버린게 아닐까하고
문득 굉장히 외면하고 싶었던 아니 계속해서 외면해왔던 사실들을
갑자기 마주해버려서 무척 당황스럽고도 한편으론 조금 기뻤다.

소설이 끝나는 지점에서
현실은 시작된다.
소설처럼 아름답고 극적이지만은 않은
그냥 살아가야 하는 그저그런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언젠가 그것이 지겹고 후회스럽고 짜증나더라도
한편으로 그것에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이 구질구질한 현실들을
시끄러워도 들어야만 하는 잡음들을
긍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이 한 권 더 늘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