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태그의 글 목록

2007. 10. 29. 11:01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좋지 않은 토양으로 인하여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가 휘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가 휘어졌다고 하면서 비난을 한다

해협의 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의 찢겨진 어망이 눈에 띨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가슴은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이는 내게 거의 오만처럼 느껴진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멸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타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목숨을 끊었다.
대체 어떤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 했기에
대체 얼마나 욕심과 오만과 허영을 부렸기에
자기 몸에 2리터나 되는 신나 두 통을 붓으면서까지
동지들 힘내라고 사장을 구속시키라고 말해야 했을까.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희망를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가 되는 시대.
그렇기에 누군가는 스스로를 불살라가면서
생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
그래, 더 힘을 내야지.
그래, 더 희망을 이야기해야지.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