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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10. 17:40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 하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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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 우리시대의 논리 2  
무식하거나 혹은 비겁하거나

그 유명한 강사들이 이 사회의 환경과 제도와 정책과 구조에 대하여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첫째, 무식하거나... 둘째, 비겁하거나...

첫 번째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공부를 수 십년 세월 동안 하면서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끝내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대부분은 두 번째의 경우일 것이다. 그런 것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이 땅 위에 모든 것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권력과 자본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남구만의 시조 다시 읽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이 시조가 묘사하고 있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자. 양반이 아랫목에서 느즈막이 잠을 깨었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떠있고 종달새도 우짖고 있다.

머슴의 '관점'으로도 같은 상황을 '농촌의 목가적 풍경'이라고 한가롭게 노래할 수 있었을까? 오로지 머슴의 관점만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철저하게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처음부터 그렇게 강요할 맘은 없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올바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도 한 번 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이 시조에 대해서 백 번쯤 설명할 때 단 한번이라도 "같은 상황을 머슴의 입장에서 한번 볼까요?"라고 가르쳤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가끔은 머슴의 입장에도 서 볼 수도 있고, 이 세상에는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중요한 사실을 천 번에 한번, 만 번에 한번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게 썩을 놈의 우리 제도권 교육이다.


  최근 이랜드 문제로 시끌시끌 하다.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자기 직장을 잃어도 어디 하나 하소연 할 곳 없는 곳에서 '노동'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이랜드그룹이 비정규직을 외주화한 것은 너무 급하지 않았나 보고 있고 노조도 매장을 점거한 것은 업무 방해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지켜보다가 더이상 인내할 수 없는 국면이 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권력 투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노조 지도부들은 물론 점거장소를 찾아가 격려하고 합세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할 수 있다"

  어릴 적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받은 교육에서 노동이라는 말은 빨갱이라는 말과 동의어였고 빨갱이는 곧 북한이며 그것은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말이었다.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교과서에만 배웠던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3권과 그 중의 한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지금의 노동조합이 벌이는 시민의 발을 묶고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파업'과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모든 언론과 기업 정부 제도권 교육에서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자의 파업은 대개 불법이기 때문에 합법적 파업절차를 생각조차 할 필요없는 사회에서 정말 귀족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요구에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협박'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귀족 노동자 운운 하는 사회에서 하종강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하종강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올 초 그 혹한의 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명동성당 입구에서 인권운동가들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하는 동안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그들의 손발과 코끝이 동상으로 문드러지는 동안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노숙투쟁을 밥먹듯이 하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과는 마음 깊은 곳에서라도 함께 울었나요? 우리 모두 이 부채감에서 벗어나면 안 됩니다."